꼬꼬무 - 춘천 강간 살인 사건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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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리뷰

꼬꼬무 - 춘천 강간 살인 사건의 재조명

by 칠공칠공 2021. 4. 30.

 

 

 

29일에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조작된 살인의 밤 - 연필과 빗 그리고 야간비행이라는 주제로 춘천 강간 살인사건을 재조명했습니다.

 

1972년 9월 28일 춘천의 한 마을에서는 경찰간부의 자녀가 살인이 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은 마을에 거주하고 있던 전과가 있는 남자부터 사건 현장으로부터 200M 떨어져 있던 만화방을 운영하던 정 씨까지 경찰서로 연행해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조사에서는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풀려났지만 두 번째 연행에서는 모든 증거와 정황이 정 씨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만화방 여종업원의 진술, 만 14살 여자아이의 진술,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건 현장에 있었던 하늘색 연필이 정 씨의 아들 재호가 사용하던 연필이라는 아들 재호의 증언이 있었고 최종적으로 정 씨는 자백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재판을 앞두고 다시 진술을 번복하게 됩니다. 살인을 한적도 성폭행을 한적도 없으며 자백을 한 이유는 경찰들의 고문 때문에 버티지 못한고 거짓자백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습니다. 희망이 없어 보이던 그때 부장판사 출신의 이범렬 변호사가 정 씨를 찾아와 그 당시 사건을 다시 조사하여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기징역 판정을 받게 됩니다.

 

그 당시 경찰은 내무부장관의 시한부 검거령으로 10일 안에 살인범을 잡아야 했고 처음부터 피의자를 정 씨로 정해두고

사건을 조사했습니다.

 

모든 증거를 조작했고 정 씨에게 거짓자백을 받기 위해 이름바 제주도 야간비행이라는 고문을 정 씨에게 가했습니다.

제주도 야간비행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독립군에게 하던 고문방법으로 다리를 접어 거꾸로 막대기에 매달게 하는 고문방법이 그 당시까지 전해져 와경찰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진행되었습니다. 이 고문으로 정 씨는 버티지 못하고 거짓자백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정 씨의 가족들은 야반도주하다시피 하여 마을을 빠져나와 판자촌에서 생활하며 힘들게 살았고 무고하게 옥살이하던 정 씨는 15년 만에 특사로 사면받아 집으로 돌아오지만 강간살인범이라는 누명을 벗지 못한 채 살아갔습니다.

 

정 씨는 누명을 벗기 위해 이범렬 변호가가 23년 동안 보관해둔 사건의 자료로 1999년 11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었습니다.

 

정 씨는 포기하지 않고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2007년 12월 재심 권고 결정받았고 

2008년 11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정 씨는 국가로부터 아무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무죄 확정 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했지만 국가는 나라에 돈이 없다며 소멸시효 기간을 형사보상 확정일로부터 10년에서 6개월로 제한하면서 정 씨는 단지 그 기한을 10일을 넘겨 소송을 냈다는 이유로 배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29일 방송에서는 정 씨는 치매와 고문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요양원에 계셨고 국가로 배상받지 못한다는 말을 차마 전하지 못한 아들의 모습이 나왔습니다. 결국 정원섭 씨는 3월 28일 자로 별세하셨습니다.

 

국가의 잘못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피해를 입은 정원섭 씨와 그 가족들이 국가로부터 외면받는 모습을 보고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절망적이고 외로운 싸움인지 느꼈습니다.

 

이번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이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그 외로운 싸움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